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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사례

합의된 상황극에서 비롯된 촬영물등이용협박 무죄 사례

랜덤채팅에서 만난 상대방과 합의하에 진행한 상황극의 대사가 협박으로 기소되었으나, 대화의 전후 맥락을 입증하여 무죄를 이끌어낸 사례입니다.

촬영물협박 무죄

Ⅰ.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상대방과 처음 만나 대화하던 중, 서로의 성적 취향이 맞물린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후 시그널로 자리를 옮겨 이른바 ‘협박플레이’, ‘강간플레이’라 불리는 상황극을 합의하에 진행하였습니다.

공소사실에 기재된 메시지들은 모두 이 상황극의 흐름 안에서 오간 대사였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이후 태도를 바꾸어 협박을 당했다며 고소하였고, 검사는 메시지의 문면 자체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여 협박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의뢰인을 촬영물등이용협박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Ⅱ. 사건 쟁점

핵심 쟁점은 의뢰인에게 ‘협박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촬영물등이용협박죄는 성적 욕망 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하는 범죄로,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며 벌금형이 없습니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형만 가능하고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수강명령 등 보안처분이 뒤따르므로,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기준도 엄격합니다.

대법원은 협박을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보면서도, 행위자의 발언이 단순한 감정적 표현에 불과하여 가해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협박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54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메시지가 겉으로 위협적으로 보이더라도 발언이 이루어진 맥락과 당사자의 관계,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며, 이 사건에서 그 맥락은 양자가 합의하에 진행한 상황극이었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변호인은 메시지 한 줄만 떼어 보면 협박으로 보이지만 앞뒤 대화까지 함께 보면 상황극의 대사임이 명백해진다는 점에 착안하여, ‘협박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네 가지 축으로 논증하였습니다.

1) 상대방의 증언과 대화 내역이 상황극의 존재를 증명

상대방은 법정에서 거칠고 강압적인 방식을 좋아하고 동의하에 강간을 위장한 플레이를 즐긴다는 취지로 증언하여 상황극의 존재를 인정하였습니다. 이후 진술을 번복하기도 하였으나, 실제 대화 내역은 달랐습니다. 의뢰인이 상황극의 취지를 확인하는 발언을 하자 상대방이 호응하였고, 의뢰인이 부담스럽다는 취지로 물러서자 오히려 상대방이 이를 부추기는 등, 상대방이 상황극에 적극적으로 몰입하고 호응하였다는 점이 대화 내역에 드러났습니다. 이는 의뢰인의 메시지가 진정한 협박이 아니라 상황극의 대사였음을 보여주는 근거였습니다.

2) 상대방이 상황극 중단을 요청한 사실의 부존재

변호인은 증거기록 전체를 검토하여, 상대방이 의뢰인에게 상황극을 중단하자고 명시적으로 요청한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증인신문에서 이를 추궁하자 상대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면서도, 명확한 의사를 표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신고한 이후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신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상황극을 계속하는 것처럼 유도성 메시지를 보낸 정황도 증인신문에서 드러났습니다.

3) 협박의 수단·동기·후속 행동의 부재

의뢰인이 진정으로 협박할 의사가 있었다면 상대방의 신상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나, 의뢰인은 상대방의 실명·전화번호·주소·직업을 알지 못하였고 대화명만 알고 있었습니다. 상대방 역시 의뢰인이 자신의 계정을 알 만한 단서가 없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나아가 의뢰인은 상대방의 영상이 주변에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고, 이후 추가로 연락하거나 영상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처분하여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대화 내역까지 스스로 없앤 정황은 협박의 고의가 있는 사람의 행동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4)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 문제

상대방은 의뢰인이 전송받은 영상을 저장할 줄 몰랐다고 주장하였으나, 해당 메신저에서는 전송자가 다운로드 가능 여부를 직접 설정할 수 있고 그 화면 표시 방식이 확연히 다릅니다. 실제로 상대방은 다운로드가 가능한 방식으로 영상을 전송하여 저장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상대방은 ‘사라지는 메시지’ 시간을 여러 차례 조작하였는데, 두려움 때문에 대화를 보관하려 시간을 늘렸다는 진술과 달리 그 이후의 대화가 캡처되어 제출되지 않은 모순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와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고, 불리한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하였습니다.

Ⅳ. 결과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의뢰인이 실제로 해악을 고지한다는 인식 아래 메시지를 전송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받은 직후 두려움을 느껴 즉시 신고한 점, 동의 여부에 관한 의뢰인의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않은 점 등 의뢰인에게 불리한 사정도 있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상대방이 당시 상황극을 즐기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상대방의 소극적인 의사표시 역시 상황극의 내용으로 오인하였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무죄에 이른 것입니다.

벌금형이 없는 촬영물등이용협박 사건에서는 유죄와 무죄의 경계가 협박의 고의에 있으므로, 메시지 문면이 아니라 대화의 전후 맥락과 객관적 정황을 증거로 촘촘히 재구성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